영화 소개
감독 : 장훈
국가 : 대한민국
장르 : 드라마, 어드벤처, 스릴러, 누아르, 액션, 시대극, 로드, 버디, 디스토피아
출연진 : 송강호, 토마스 크레치만, 유해진, 류준열
제작사 : 더 램프, 시그니처 필름
배급사 : (주)쇼박스, 웰 고 유에스에이 엔터테인먼트, 차고오락, 고선전영, 클락 워크스
스트리밍 : 넷플릭스, 왓챠, 피코크, 프라임 비디오
개봉일 : 2017년 8월 2일
상영 시간 : 137분 (2시간 17분)
상영 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제작비 : 150억원
총 관객 수 : 12,186,684명
평점 : 9.28
<영화는 영화다> , <의형제> , 등의 연출을 맡은 장훈 감독의 <고지전> 이후 6년 만의 신작. 5.18 민주화운동의 진실을 세계에 알린 독일인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와 그와 함께 한 택시운전사 김사복의 이야기이다. 송강호가 택시운전사 만 섭으로 <의형제>에 이어 다시 장훈 감독의 영화에 출연하며, 토마스 크레치만이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로 출연한다.
시놉시스
1980년 5월, 서울 택시운전사. "광주? 돈 워리, 돈 워리! 아이 베스트 드라이버"
택시운전사 만섭(송강호)은 외국손님을 태우고 광주에 갔다 통금 전에 돌아오면 밀린 월세를 갚을 수 있는 거금 10만 원을 준다는 말에 독일기자 피터(토마스 크레치만)를 태우고 영문도 모른 채 길을 나선다.
광주 그리고 사람들. "모르겠어라, 우덜도 우덜한테 와 그러는지..."
어떻게든 택시비를 받아야 하는 만 섭의 기지로 검문을 뚫고 겨우 들어선 광주. 위험하니 서울로 돌아가자는 만 섭의 만류애도 피터는 대학생 재식(류준열)과 황기사(유해진)의 도움 속에 촬영을 시작한다. 그러나 상황은 점점 심각해지고 만 섭은 집에 혼자 있을 딸 걱정에 점점 초조해지는데...
등장인물
주연
김만섭 (송강호)
"아빠가 손님을 두고 왔어."
서울특별시에 사는 평범한 개인택시 기사. 10년 이상 경력의 베테랑 기사로, 11살짜리 딸과 함께 단 둘이서 동료 택시기사 강동수(고창석)의 집 반지하에 세 들어 산다. 과거 중동 건설 붐 당시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화물차 기사로 근무한 경험 덕분에, 영어 단어를 나열해서 간단한 의사소통 정도는 할 줄 안다. 개인택시를 몰지만, 아내의 병원비로 돈을 다 쓰고 이제 겨우 빚을 다 갚은 상황이다. 택시도 겨우 장만했으며, 사글세(월세)를 내지 못해 4달치 10만 원이 밀려있는 처지다. 전라남도 광주시에 가면 10만 원을 준다는 외국인 호구가 있다는 사실을 듣고 피터를 만나 광주로 향한다. 영화 초반에는 서울에서 시위하는 대학생들을 보며 "대학교에 비싼 돈 주고 가서 한다는 게 고작 시위냐?" 같은 반응을 보이고 광주에 가서도 재식에게 그런 식으로 나무라지만, 광주의 참상을 직접 보고 나서는 오히려 식당에서 광주에 대해 함부로 말하는 사람들을 착잡하게 바라보는 등 심경의 변화를 드러냈다. 광주에서 머무르다가 딸 생각이 간절해져 서울로 돌아가다가 피터 생각에 울면서 차를 다시 광주로 돌리고 딸에게 전화를 걸어 "아빠가... 손님을 두고 왔어"하는 장면은 아마 본작 최고의 명장면일 것이다. 병원에서 다시 만난 피터에게도 "아이 택시드라이버, 유 택시 손님!" 하며 책임감을 드러낸다. 그리고 부상당한 시위자들을 구출하러 직접 가는 등, 그냥 서울로 갈 수도 있었을 텐데 위험을 감수하고 적극적으로 광주시민들을 도와준다. 만약 이 사람과 기자, 그리고 아래의 중사가 아니었다면 이 사건은 영원히 베일에 싸인 채로 폭동이라 불렸을 것이다.
에필로그에서는 평범학게 택시 운전을 하며 지내지만 그 일 이후로 손님을 대하는 모습에 변화가 보인다. 이후 히츠페터가 수상했다는 소식을 신문으로 보며 그를 그리워한다. 공항에서 마지막으로 피터와 헤어질 때 피터가 연락처를 알려달라고 하자 가짜 연락처와 사복다방 성냥을 본떠 김사복이라는 이름을 적어 준다. 실존 인물을 찾지 못했던 당시, 가명일지도 모른다는 가설을 따른 것으로 보인다. 광주 민주화 운동이 복권된 이후에 힌츠페터가 언론을 통해 찾아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본인의 신분을 숨긴 것이라는 설을 차용한 것인데, 실제로는 광주 민주와 운동 발생 이후 4년 뒤에 사망해서 2000년 즈음에는 이미 고인이었다. 실존인물 김사복은 평소 인권운동에 관심이 많았고, 영어가 유창했으며, 힌츠페터에게 직접 브리핑을 했을 정도로 주도적인 인물이었기 때문에, 극 중에 묘사된 만 섭은 실제 인물과는 거의 이름만 같은 다른 사람 수준의 각색이다. 하지만 영화 제작 당시에만 해도 '힌치페터를 도운 한국인 택시 기사가 있었다'는 점 외에는 김사복에 대해 알려진 것이 아예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가만 보면 날강도 기질도 있는데, 집주인한테 돈을 빌려서 집세를 갚으려고 하고, 정비소에서 안 그래도 싸게 불러준 수리비에서 더 깎아서 내고, 무엇보다 이 영화 스토리의 시발점 사건이기도 한 남의 예약 손님을 가로채는 얌체짓까지 했다.
힌츠피터 (토마스 크레치만)
서독 ARD/NDR 소속 기자. 나이는 44세 일본에 체류하던 중, 한국의 소식을 듣고 광주로 찾아가기로 마음먹는다. 작중에서는 '피터'라는 이름으로 불리는데, 이는 실제 위르겐 힌츠피터의 Jurgen Hinzpeter에서 따왔다. 이 아이디어는 위르겐 힌츠페터 본인이 직접 제시한 의견이라고 한다. 당초 장훈 감독은 이름을 바꾸려 했으나, 힌츠페터가 자신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해도 좋다고 허락했다고. 안타깝게도 실제 힌츠페터는 영화의 완성을 보지 못하고 2016년 1월 별세하였다. 작중에서 다른 인물들에 대비하여 취재에만 열을 올리고, 그에 대한 당위성 등이 제시되지 않아 평면적이라고 보일 수 있는 캐릭터이다. 이에 대해 아쉬운 부분이 있으나, 배우와 감독 사이에서 캐릭터 해석에 대한 이견이 있었기 때문에 아마 무난한 평면적 인물이 된 것 같다고 감독 또한 아쉬워했다.
황태술(유해진)
"형씨가 머시가 미안혀라... 나쁜 놈들 저기 따로 있구먼."
광주 적십자병원에서 만난 광주의 개인택시 기사. 만섭 일행을 집으로 초대해 식사 대접을 하고 하룻밤 재워주기도 하고, 후반부에서는 동료 기사들과 함께 만 섭의 광주 탈출을 도와준다. 동료 기사가 그의 앞에서 대놓고 우유부단하다고 비아냥거릴 정도로 정 많고 사려 깊은 인물. 마냥 사람만 좋은 것이 아니라, 만 섭이 아내 없이 딸을 혼자 키우는 것을 눈치채곤 동료 기사가 만 섭의 처에 대해 묻는 것을 제지하는 등 눈치도 있다. 작중 언급이나 주위 분위기로 봐서는 광주 택시 기사 패거리의 큰 형님쯤 되는 듯. 김만섭과 피터와 재식이가 황태술의 집에서 저녁을 먹을 때 "왜 기자가 됐냐"는 재식이의 질문에 피터가 손으로 제스처를 취하자, 황태술이 "화투냐"라고 물으면서 '나도 소싯적에는...'이라는 애드리브를 한다. 타짜와 타짜 : 신의 손에서 유해진이 연기했던 배역인 고광렬 패러디. 7년 후에도 민주화를 위해서 끝까지 싸운다.
구재식 (류준열)
대학생. 나이는 22세. 당시 상황이나 작중 대사로 보면 전남대학교 재학생으로 추측된다.
어느 학교에 다니는지는 명백히 나오지는 않는다. 피터를 만난 대학생들이 영어를 못해 쩔쩔매다 팝송 마니아라 영어를 조금 한다는 이유로 얼떨결에 피터의 말을 통역하게 된다. 그리고 이때부터 통역관 역할로 두 사람과 같이 다니게 된다. 대학생이긴 하지만 작중 본인 언급으로는 대학가요제에 나가기 위해 대학에 간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만 섭이 "한 곡 뽑아보라"라고 했지만, 본인은 기타 담당이라고. 주인공 일행과 함께 방송국에 불이 나는 것으 보고 상황을 보러 갔다가 사복조장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고, 결국 자신을 미끼로 희생하여 사복조로부터 만섭과 피터가 도주하게 한다. 이후 병원에서 시체로 나오는데, 황태술의 말로는 "사복조가 논두렁에 버리고 갔다"라고. 처음 피터와 만나고 헤어졌을 때도 눈물을 흘리며 영어로 "약속해 줘요. 꼭 이 참상을 밖에 알리겠다고"라고 강한 의지를 보여줬으니, 그로서는 자기가 원하던 형태의 죽음이었을 것이다. 그의 죽음이 확인되었을 때 피터도 옆에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앉아있는데, 이는 자신이 아직 어린 대학생인 재식을 방패 삼아 살아남은 것이 매우 마음에 걸렸고, 거기에 재식의 죽음을 확인하면서 충격받은 것으로 해석된다.
광주인물
최 기자 (박혁권)
광주 지역신문인 전남매일신문사 소속의 기자. 피터와 마찬가지로 올곧은 기자로 뜻이 맞는 몇몇 동료 기자들과 실상을 알리기 위해 분투하지만, 언론통제 및 검열로 좌절한다. 만 섭보다는 훨씬 영어 실력이 유창하며, 따라서 광주 시내의 시위현장을 같이 취재할 때는 피터와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의사소통 한다.
차 기사 (차순배) / 신 기사 (신담수) / 류 기사 (류성현)
태술의 동료 택시 기사들로, 극 중 이름은 밝혀지지 않았다. 세명 모두 병원 앞에서 '형님'인 태술과 함께 최 기자를 승차거부하는 장면으로 첫 등장. 만 섭이 유턴 사건을 일으켰을 때는 피터의 편을 들었지만 택시 회사에서 만 섭의 차를 고쳐주는 장면 이후로는 태술과 함께 서울에서 온 만섭과 피터를 도와준다. 현장에 뛰어들어 택시로 바리케이드를 만들어 고립된 시위자들을 구출해 내고, 마지막엔 온 힘을 다해 희생하여 보안사 사복조들이 만섭과 피터를 쫓는 것을 막아낸다. "꼭 광주의 참상을 밖에 알려달라"는 의지 하나로 한 몸 바친 것이다. 차순배가 연기한 차 기사는 원래 성이 오 씨였으나, 배우의 성에 맞춰 차 기사로 바뀌었다고 한다. 신 기사나 류 기사도 배우와 배역의 성이 동일하다. 세 명 다 차가 망가지고 쓰러진 것 같은데 잘 도망간 것으로 추정된다. 보안사 사복조들은 저 셋을 체포하느니 만섭과 피터를 잡는 것이 급할 것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보안사 요원들과 동귀어진 하였을 가능성이 있다.
황태술 처 (이정은)
태술의 아내로 작은 구멍가게를 운영한다. 극 중 만섭과 피터를 재워주고 밥을 차려주는 등 인정 넘치는 모습을 보여준다.
홍용표 (이호철)
사진에서 과도정부 푯말을 들고 이마에 붕대를 두른 학생. 초반부 트럭에 탑승한 대학생 민주화 운동가들 중 한 명. 막둥이 아들로, 금남로 부상자 구출 장면에서는 시민군 소속의 두돈반 트럭을 끌고 와 택시 바리케이드의 빈 공간을 막고 부상자들을 구조한다.
대학생 시위대 (한사명, 홍완표) / 뉴스 앵커 (손종환)
광주새태를 무장 폭동이라고 거짓 뉴스를 보도하는 방송국 앵커로, 왜곡된 사실을 보도해 태술이 신경질을 내며 TV를 꺼버린다.
홍용표 모 (이용이)
만 섭이 영화 초반에 턴 사건을 일으키는데 그때 길가에 쓰러져있는 노파를 지나치지 못하는 바람에 광주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 노파가 바로 용표의 어머니다.
군인
사복조장 (최귀하)
"그래... 알아. 서울택시. 독일기자 태우고 갔다는 그 빨갱이가 너잖아."
이 영화의 메인 빌런. 보안사 소속으로, 말 그대로 사복 차림으로 시민으로 위장하여 시위대를 잡아들이는 역할을 한다. 시위대 당시 자신의 손을 잡고 도망치려는 남자를 붙잡고 여러 번 주먹질을 한 뒤 부하들에게 데려가라고 하는 것으로 처음 등장. 멀리서 카메라를 들고 시위 현장 곳곳을 촬영하고 있는 힌츠페터를 보고는 단숨에 외신 기자임을 직감하고 잡아들이려 했지만 실패했고 이후 기자의 정체와 그와 같이 다니는 일행들까지 알아내고는 세 사람 모두 잡아들이려 한다. 그러다 광주 MBC방송국 화재 현장에서 떨어진 필름을 주우러 내려온 재식을 잡아들인다. 같은 시대를 다룬 <변호인>의 '차동영 경감' (곽도원)에 해당하는 캐릭터. 자신과 국가의 의지에 반하는 사람들은 모두 빨갱이로 몰아가는 게 일품이다. 상당히 잔인하며 냉혹하다. 특히나 배우의 인상이 매우 사나워 더욱더 돋보이는 부분이다. 박 중사나 광주시민들과는 방향이 다르긴 하지만, 어쨌든 자신의 신념에 투철한 사람. 위에서 명령하니까 사복조장 일을 하는 거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자신이 빨갱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분노와 증오를 표출하고 있는 걸 알 수 있다. 그야말로 삐뚤어진 애국심의 좋은 예. 마지막에는 부하들과 관용차인 검은색 신진 코란도를 타고 피터 일행을 저지하려 했으나 광주 택시기사들에 의해 저지된다.
권영무 중령 (박민희)
육군특수전사령부 소속 중령이자 계엄사 지휘관. 보안사 사복조장의 브리핑을 받을 때와 금남로에서 애국가를 부르는 시위대를 담배를 피우며 보는 장면에서 잠시 등장한다.
사복 군인 (백인권)
위의 사복 조장과 마찬가지로 피터와 만 섭을 체포하려 한다.
박성학 중사 (엄태구)
31사단 소속 육군 중사. 짧은 분량이지만 임팩트를 남긴 캐릭터.
극 중 피터와 만 섭이 간 샛길의 검문조장이다. 반말과 욕설로 윽박지르는 부하 군인들과 달리 고압덕인 태도이기는 해도 일단 존댓말로 피터와 만 섭에게 하차를 요구하고 택시를 수색한다. 결국 트렁크에 숨겨져 있던 필름 가방과 서울 택시 번호판이 발각되어 만섭과 피터는 할 말을 잃고 무서운 정적이 흐른다. 그런데 그 상황에서 중사는 트렁크를 그냥 덮더니 부하 군인들에게 만섭과 피터를 통과시키라고 한다. 외국인은 무조건 잡으라고 하지 않았냐며 의문을 제기하는 한 병장에게 "기자도 아니고 서울택시도 아닌데 뭘 어쩔 거냐" 며 방금 전 자신이 본 것들을 전부 덮어준다. 만섭과 피터가 어리둥절해하며 빠져나가려던 찰나에 무전으로 '외국인을 태운 택시는 무조건 잡으라'는 추가 명령 이 떨어지자 도주하려는 만섭과 피터가 탄 택시를 행해 총격을 가하며 저지하는 부하 군인들과 달리 박 중사는 아무런 방해도 하지 않고 묘한 표정으로 택시를 바라본다. 박 중사가 왜 이런 행동을 했는지는 영화에서 밝혀지지 않지만 가장 유력한 추측으로는 광주 학살의 실상을 알고 환멸을 느꼈다는 것이다. 이 군인이 아니었다면 영화에서든 실제에서든 만섭과 피터는 광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그대로 보안사에 끌려갔을 테니, 5.18 민주화운동의 진실이 알려지는데 공헌한 1등 공신이다. 5.18 계엄군이 문민통제를 따르지 않은 쿠데타 반란군에 불과한 것을 감안하면 진정한 군인으로서의 의무와 국민으로서 자신의 신념에 투철한 면을 보였다.
작중에 등장하는 군인들이 오직 악역으로만 묘사되지는 않았다는 것을 심어준 인물. 현재 육군 복무신조의 '3. 우리는 법규를 준수하고 상관의 명령에 복종한다'라는 조항이 이 당시에는 '절대복종한다'라고 되어 있었다. 당시 힌츠페터의 탈출 이후, 실제 해당 군인은 영창에 끌려갔거나 명령불복종 죄로 보복당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영화 상영 당시에는 영화의 긴장감을 부각하기 위해 만들어진 가상 인물이라는 평가가 많았으나 놀랍게도 이 인물은 위르겐 힌츠페터의 실제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캐릭터이다. 고증 오류로, 당시 육군 명찰엔 장교만 성씨 영문 이니셜을 새기고 사병은 군번을 새겼는데, 박 중사는 하사관 즉 사병임에도 장교 양식의 명찰을 부착했다. 아래의 육군 병사들은 제대로 사병용 명찰을 달았다.
한성용 병장 (한이진)
박 중사와 함께 광주 비포장 검문소에서 차량을 단속하는 임무를 맡았다. 광주를 빠져나가는 김만섭과 피터가 탄 택시를 발견하자 멈춰 세우고 어디 가는 길이냐고 묻고 집이 어디냐고 물어본다. 하지만 김만섭이 주소를 말하지 못하고 서울 말씨를 쓰자 수상하다고 느끼고 쌍욕을 내뱉으며 반말을 하고 총을 들이댄다. 수상한 두 사람을 내리게 하고 외국인인 피터에게도 '외국인이라고 봐줄 줄 알아?'라고 독설을 계속 퍼부으며 덤벼드는 무례한 행동을 보였다. 고압적인 태도이긴 해도 존댓말을 쓰긴 했던 박 중사와 달리 반말을 까고 쌍욕을 하면서 총까지 들이대는 행동 때문에 사복조장 못지않게 욕을 많이 먹는 편이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현장 투입 전 설명을 들을 때도 단순 시위 방어 정도가 아닌 빨갱이/폭도의 내란으로 들었을 테니 이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언론 통제가 심하던 독재정권 시절에 박 중사처럼 정부 보도를 믿지 않고 자기 소신으로 행동하는 사람이 오히려 특이한 경우이고 이 병사들처럼 단순히 적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보통이었을 것이다. 실제로 이렇게 군복무 시절 아무것도 모른 채 진압에 동원되었다가 나중에 민주화 운동의 진실을 알고 PTSD에 시달린 사람들도 있다.
백현우 상병
통신병으로 상부에서 외국인을 보내지 말라는 명령을 박성학에게 보고한다.
김은정 (유은미, 최나린)
11세의 만 섭의 외동딸. 아내를 잃고 상심하여 술을 마시던 만섭이 단 하루만에 술을 끓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상구가 자신을 놀리자 상구를 때려 얼굴에 상처를 낸 정도로 자존심이 센 반면, 부처님 오신 날에 소풍을 사자는 만섭의 권유에 아빠 휴일에 돈 벌어야 하지 않느냐며 아버지를 걱정하는 성숙한 모습도 보인다.
김상구 (권순준)
주인집 아들. 은정과 자주 다툰다. 후반부에 은정을 먹을 것으로 골리다 알밤을 맞는다. 은정보다 훨씬 철없어 보이지만, 사실 정확히는 은정이 쪽이 나이대에 비해 좀 철이 든 것이다.
서울 임산부 남편 (허정도) / 서울 임산부 (이봉련)
초반 만섭이 태운 부부. 남편은 원래 기자라는 설정이 있었지만 편집되었다.
김만섭의 부인 (배진영)
만 섭의 사별한 아내. 극 중 사진으로만 등장한다.
특별출연
이 기자 (정진영)
서울의 신문사 기자로 피터의 오랜 동료. 2번째로 한국을 방문한 피터와 다방에서 접촉하여 현재 한국의 상황을 알려주고 광주행을 도와준다.
강동수 (고창석)
만 섭의 동료 택시 기사이자 세 들어 사는 집의 주인이자 상구의 아버지. 반찬이라곤 김치뿐인 도시락을 먹는 만 섭에게 기사식당에서 돼지불백을 사주고, 은정과 상구가 싸우면 자기 아들 사구를 혼내는 등, 만섭을 많이 배려해준다. 세입자인 만섭이 집주인에게 사글세 빌려 달라고 할 정도이니. "10만원만 빌려 달라"는 만섭의 말을 듣고는, "밀린 집세 갚겠다고 집주인한테 돈 비려 달라는 놈은 처음 본다"며 웃는다. "나도 최근에 막내 결혼 시킨다고 마누라 몰래 다 갖다줘서 개털"이라고 말한다.
상구 엄마 (전혜진)
상구와 싸워 은정의 이마에 큰 상처가 나자 만 섭이 이를 따지러 갔다가 되려 사글세를 갖고 만섭을 구박하며 등장. 만섭에게 "너무 오냐오냐 키우지 마라" , "지키지도 못 할 약속은 하지도 마라"며 핀잔을 주기도 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여느 작품에서나 보이는 갑질하는 주인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당시 밀린 집세가 10만원인데, 상구네 역시 넉넉하지 않은 살림이기에 어쩔 수 없이 독촉하는 것. 실제로는 아내가 세상을 떠난 후 아이 키우는 법을 몰라 쩔쩔매는 만섭에게 여러 가지 조언을 해주는가 하면, 말로는 은정이 때문에 상구가 다쳤다며 툴툴거리면서도 저녁거리로 "은정이와 같이 먹으라"며 국을 사다 주는 등 심성은 그렇게 나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만섭이 순천에서 동수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을 때도 "아이가 밤새도록 아빠 오기만을 기다렸다"며 왜 이리 안 들어오냐고 타박을 준다. 또 아빠를 기다리는 은정을 상구가 또 괴롭히려 들자, 자식부터 싸고돌았을 평소와는 달리 아들에게 "친구 좀 그만 괴롭혀"라고 야단치고 은정을 챙겨주는 등, 나름 부려를 각별히 배려하는 편.
성동카공업사 사장 (정석용)
서울에서 정비소를 운영하는 사장. 사이드미러 수리비를 싸게 부르지만, 만 섭이 그보다 적은 값을 부르고 억지로 돈을 쥐어주자 이건 아니라며 소리 지른다. 그래도 투덜투덜거리면서도 받아주고 만섭이 점심 먹을 공간을 내주는 걸 보면 만 섭과는 이래저래 막역한 사이로 보인다. 이후 정비를 받으러 온 만 섭에게 차가 성하지 않은 상태라고 말하며 전체적으로 한번 손 좀 봐야 한다고 그의 차량 상태에 대한 경고를 해준다.
줄거리
외국인 호구
국도극장 앞에서 피터와 이 기자를 만나게 된 만섭은, 역시 특유의 자본주의 미소로 그들을 맞이한다. 택시 회사에 전화를 했는데 개인 택시가 왔단 것에 대해 의수심이 들었지만, 만섭은 회사차가 전부 돌아다녀 개인 택시를 차출했다는 변명을 한다. 어찌 되었든 택시가 도착했으니, 이 기자는 만섭에게 "얘기를 듣고 왔냐"며 묻고, 만섭은 식당에서 엿들었던 "광주 갔다가 통금전에 서울로 다시 오면 10만 원을 준다"는 내용 그대로 답하고 영어를 할줄 아냐는 이 기자의 말에 사우디에서 5년간 근로자로 일한 경력이 있어서 잘한다고 했다. 피터와 이 기자는 작별 인사를 하고, 만섭은 피터를 택시에 태우고 광주로 출발한다. 이후 이 기자는 마침 다가오는 다른 택시를 잡아 타려 하는데, 해당 택시 기사는 "예약 된 차에요" 라며 다른 택시를 타라고 한다. 즉, 이 택시가 바로 원래 피터가 예약한 바로 그 택시였다. 이 기자는 피터를 태운 만섭의 택시가 멀어지는 걸 황당한 표정을 지은 채로 바라본다.
광주로 내려가는 길. 만섭은 피터에게 짧은 영어로 한국에 몇 번째 방문이냐,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 등의 말을 붙인다. 피터가 독일인이라는 것을 안 만섭이 자신의 친구가 석탄 캐러 독일에 갔으며, 피터도 서독에 파견된 한국 광부와 간호사가 많다고 말을 한다. 만섭은 곧이어 자신은 사우디에서 화물차를 몰았다는 말을 덧붙히지만, 피터는 "빨리 가자"며 재촉을 한다. 만섭은 "빠르게 말하면 못 알아들으니까 천천히 말하라"고 구박한다. 피터는 만섭의 요구대로 "광주, 유 고 패스트, 패스트 (Fast, fast)"라고 말해준다. 만섭은 "광주까지 가기엔 아직 많이 남았다"며 "잠시 눈이나 붙이라"고 말해준다. 그런데 여지껏 광주로 향하는 도로 위에 차량이 만섭의 택시 외엔 전혀 안 보인다. 즉 가던 도중 만섭은 광주 표지판을 발견하고 화색이 되고, 피터에게 표지판을 가리키며 좋아했지만, 광주로 들어가는 통로에는 바리케이드가 줄지어 세워져 있었다. 만섭은 바리게이트에 쓰여진 출입금지라는 글을 읽고 갸우뚱하지만, 바리게이트가 도로 전체를 막고 있지는 않았고, 피터가 가자고 하였기에 바리케이드를 무시하고 들어간다. 하지만 그곳에는 군인들이 전차와 트럭들로 길을 통제하고 있었고, 만섭과 피터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
검문을 피해서
피터는 만섭에게 "내가 가자라는 사실을 말하지 말라"며 불안해 한다. 하지만 영어가 짧은 만섭이 이를 알아들을 리 없었다. 이 와중에 만섭의 택시로 병장 계급의 군인 한명이 다가왔고 만섭은 훈련중이라고 생각해 자신은 7사단 출신인데 몇 사단에서 나왔냐며 넉살좋게 인사를 건네지만 병장은 정중하게 실제작전 상황이니 돌아가라고 요구한다. 하지만 뒤이어 다가온 중사는 삼촌뻘인 만섭에게 "이 새끼가 지금 죽고 싶나"며 반말은 기본이고 비속어를 쓰며 윽박지르기까지 하자 만섭은 이에 잔뜩 쫄아버려 한마디 대꾸도 못했다. 이후 무언가 심상찮음을 직감한 만섭은 곧바로 차를 돌렸고 피터는 "어디 가는 거냐"고 묻지만 만섭은 갓길에 차를 세우고 "광주에 들어갈 수 없다, 서울로 가자, 솔저 세이 광주 노 (Soldier say Gwangju No)." 고 설명한다. 피터는 당황하지만 이내 "노 광주, 노 머니 (No Gwangju, No Money)!" 로 대응한다. 광주에 못가면 택시비도 못 준다는 뜻. 이때 돈 못받는다는 소리에 경악한 만섭의 표정이 가관이다. 짧은 실랑이가 벌어지는 과정에서 만섭이 "왜 사진을 찍냐"고 묻자, 피터가 "내가 뭘 하는지는 당신이 알 바가 아니다 (none of your business)"라고 대꾸하는데, 만섭이 '비즈니스(business)'만 알아들으면서 피터가 사업가인 것으로 오해하여, 광주로 갈 다른 길을 모색하게 된다.
만섭은 다른 길에서 도로 근처 밭을 갈고 있던 어느 노인에게 "광주로 가는 샛길이 없습니까?"라고 물어본다. 노인은 처음에는 "마을 이장이 '당분간 광주에 들어가서는 안된다'고 신신당부를 하더라"면서 만섭의 질문에 대한 답을 피하지만, 차마 못본 체할 수는 없었던 것인지 언덕을 가로지르는 샛길에 대해 알려준다. 곧이어 샛길로 들어가긴 하지만, 이곳 또한 군인들이 길을 막고 통제하는 상황. 피터를 사업가로 오해한 만섭은 "중요한 서류를 광주에 두고 왔는데 그 서류가 없으면 우리나라 물건을 수출할 수 없다고 하니 서류만 가지고 나오겠다"라는 즉흥적인 거짓말을 지어냈고 차 안에서 대략적인 직감으로 상황을 감지한 피터 또한 여기에 합세해 함께 말을 맞춘다. 이런 두사람을 미심쩍게 바라보던 군인은 결국 "광주는 폭도들이 점거해서 위험하니 서류를 챙기는대로 곧바로 빠져나와야 한다"라며 신신당부를 한 뒤 통과시켜준다. 진입하는데 성공한 만섭은 "광주는 위험하니까 선불을 안 주면 도로 서울로 가버리겠다"고 요구한다. 피터는 할 수 없이 선금 5만 원을 주고, "나중에 서울로 데려가 주면 나머지를 주겠다"고 응수한다. 만섭은 "일단 5만 원이라도 챙긴 게 어디냐"며 돈을 챙기고, 피터의 행동에 투덜대면서도 광주 시내를 향해 차를 몰아 들어간다.
광주 시민들과의 만남
드디어 광주 시내에 도착하긴 했는데, 어째 분위기가 불길하기 짝이 없다. 거리에는 인적이 끊겼고, 백주 대낮임에도 가게들이 죄다 셔터를 닫고 철시했으며, 각종 플래카드, 셔터에 붉은색 페인트로 갈겨쓴 문 그들에, 곳곳에 여기저기 부서진 물건들이 보이고, 시내 바닥에 무수한 전단들과 돌조각들이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 등등. 황량한 풍경을 뒤로하며, 택시는 내달린다. 그러다가 뒤에서 대학생들을 태운 낡은 트럭이 중앙선을 넘어 만섭의 택시를 가로막고 멈춰 선다. 피터도 만섭에게 "택시를 세우라"라고 하고는, 카메라를 챙겨 택시에서 내린다. 짐칸에 타고 있던 대학생들은 피터의 영어를 못 알아들어 쩔쩔맸고 만섭은 "대학생이나 돼가지고 어떻게 나보다 영어가 더 짧아?"라며 혀를 끌끌찬다. 그때 나름 영어 좀 한다는 구재식에게 통역을 부탁했고 재식은 그냥 팝송이나 부르는 정도라고 말려보지만 친구들의 성화에 못이겨 결국 통역관 역할을 자처한다.
피터는 재식의 질문에 "독일에서 온 기자"라고 말하자 대학생들이 환호성을 지른다. 만섭은 그제서야 피터가 기자임을 깨닫는다. 일행의 행선지를 물은 피터는 부상자가 있어 병원으로 향하는 길이라는 답변을 듣고 "저기 있는 덩치 큰사람과 인터뷰하고싶다"며 트럭 짐칸에 탑승한다. 훌라송을 부르며 앞서가던 피터와 대학생들은 만섭에게 "뒤따라오라"고 하지만, 만섭은 하루에 10만 원이나 준다고 한 게 광주의 위험한 상황때문이었다는 걸 알아차리고, 좌회전하라는 수신호를 무시한 채 유턴을 해서 서울로 가버리려 한다. 하지만 그 순간 어떤 아주머니가 택시를 잡는다. 만섭은 "이 차는 서울 택시니, 광주 택시를 타시라"며 지나치지만, 이윽고 룸미러로 그 아주머니가 그대로 주저앉아 있는 것을 보고 마음이 약해져서 아주머니를 태워준다. 아무머니는 막내아들이 군인들에게 폭행당해 머리가 깨졌다는 말을 듣고 혼비백산한 상태였다. 만섭은 "설마 그럴 리가 있겠냐"며 아주머니를 안심시키고 곧장 광주적십자병원으로 향한다.
병원에 가 보니 입구에는 택시들이 서 있고, 택시 기사들이 "바쁘긴 뭐가 빠쁘냐, 신문에 기사 한 줄도 안 쓰니 제일 한가한 사람이 기자 아니냐. 기자가 기사를 안 쓰니, 기사도 운전을 안 하겠다 이거요!"라며 카메라와 취재 장비를 든 바쁘다고 말하던 기자의 승차를 거부하고 있었다. 사정을 모르는 만섭은 "광주 택시 기사들 배가 불렀다"고 혀를 찬다. 물론, 그 기자가 만섭의 차를 타려고 하자 만섭도 서울 택시라며 본의아니게 승차거부를 한지만. 그 순간 반파된 택시 1대가 병원으로 급히 들어와 부상자들을 내려준다. 택시 기사들은 다같이 부상자들을 부축하여 병원으로 들어간다. 이때 부상자 중에는 심지어 교복을 입은 앳된 고등학생도 있었다. 그제서야 상황의 심각성을 눈치챈 만섭의 표정도 심각해지고, 병원에 뛰어들어가 아주머니와 함께 아들을 같이 찾아준다.
그런데 그 아들(홍용표)은 아까 트럭 시위대에 있던 피터가 인터뷰를 한다고 했던 덩치 큰 청년이었다. 그때 어디선가 재식의 목소리가 들려 돌아본 만섭은 화들짝 놀랐다. 피터와 재식이 당장이라도 만섭의 멱살을 잡을 기세로 쫓아왔기 때문이다. 피터는 필름가방 어딨냐고 캐물으며 만섭을 도둑으로 몰아갔고 만섭은 자신은 안 훔쳤다고 주장하며 당당히 택시 뒷문을 열었는데 거기엔 피터의 필름가방이 떡하니 있었다. 이에 단단히 빈정이 상한 피터는 남은 5만 원을 건내며 그만 돌아가라고 한다. 이 상황을 본 광주 택시 기사들까지 만섭을 윽박지르고 돈을 낚아채거나 몸싸움까지 벌이자, 만섭도 욱해서 피터에게 먼저 받은 5만 원을 돌려주고, "돈 안 받았으니 얘기 끝난 것"이라며 혼자 돌아가려고 한다. 시동을 걸지만, 차에 시동이 잘 걸리지 않았다. 이전에 정비소에서 "60만 km를 넘게 달린 차라, 곧 퍼져버릴지도 모른다"고 정비사가 한 말이 복선이었던 샘. 몇 번이나 시도한 끝에 가까스로 시동이 걸리고, 돈이 필요한 만섭은 하는 수 없이 피터를 다시 태운다.
택시에는 만섭과 피터와 함께 재식이 얼떨결에 통역담당으로 합승한다. 피터의 목적지인 전라도청으로 향하던 도중에도, 광주의 사정을 잘 알지 못하는 만섭은 서울에서 그랬던 것 처럼 데모하려고 왜 대학에 갔느냐, 대학은 공부하려고 가는 것 아니냐라고 재식에게 말하지만, 재식은 공부하러 대학 간 것이 아니고, 그저 대학가요제에 나가고 싶어서 대학을 갔다는 대답을 듣는다. 하지만 만섭은 자신이 일했던 사우디에 비하면 대한민국은 정말 살기 좋은 나라인데, 왜 데모를 하고, 그 시간에 노래 연습을 더 하지 않느냐는 말을 더 하지만 이 때문에 피터와 재식에게 한소리를 듣는다. 계속해서 택시를 몰던 만섭이 우회전을 해야 하는 부분에서 그냥 직진을 하자, 또 다른 데로 내빼서 서울 가려는 줄 안 피터가 화를 내고 재식도 '저기인데 어디로 가느냐'고 말한다. 만섭은 "오일! 오일!" 이라며 기름이 바닥나 간다고 말하며, 기름 좀 넣으려고 주유소에 간다고 짜증을 낸다. 주유소에 차를 세운 만섭은 주유원에게 "만땅 같은 3천 원을 넣어달라"고 주문하는데, '내가 그런 사람 아니라고 몇 번을 말하냐'고 투덜거리는 사이 이미 3천 원어치를 넘어가고 있었다. 만섭은 바가지 씌우려는 줄 알고 주유원과 시랑이를 벌이는데, 알고 보니 단순 서비스로 채워준 것.
공짜라는 말에 아쉬워하며 '미리 말했으면 만땅 넣었을 텐데, 그나저나 왜 공짜냐'라고 묻는 만섭에게 재식은 "택시 기사님들이 부상자들을 나르며 고생해서 그렇다"라고 설명해 준다. 곧이어 재식이 부상자를 호송하던 택시기사들까지 군인들이 죽이려 든다고 말하니까 만섭이 "죄 없는 사람들한테 군인들이 왜 그런 짓을 하겠냐"며 의아해하자, 재식 역시 "우리도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라고 대꾸한다. 만섭은 피터와 통금 전에 돌아가기로 약속했던지라, "오후 7시에 서울로 출발한다"고 피터에게 약속을 재확인하며 시민들이 모여있는 광주역 앞에 도착한다. 만섭의 예상과는 달리 너무나도 평화로운 모습에 만섭은 놀라고, 광주시민들은 외신기자인 피터 일행에게 주먹밥까지 쥐어준다.
1980년 5월 광주의 참상
이내 행렬이 금남로로 이동하고, 피터 일행은 민주화 운동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근처 건물 옥상으로 올라간다. 이 와중에도 만섭은 차가 망가질 것을 염려해 자기 택시를 방수포로 덮어둔다. 옥상으로 올라온 피터, 만섭, 재식은 조금 전 광주 택시기사들에게 면박을 들었던 그 기자를 만나게 된다. 사진을 촬영중이던 그는 자신을 현지 신문사의 기자 최 씨라고 소개하며 피터에게 어떻게 왔는지 묻는다. 이후 그가 택시를 타고왔다는 걸 알고는 국내 언론사도 통재하는 마당에 외국인 가자의 존재를 알게 된다면 당신은 물론이고 당신을 도와준 사람까지도 위험해질 수 있다는 말을 했고 이 말을 들은 피터와 재식은 좀전까지만 해도 필름 가방 소동으로 못마땅해하던 만섭을 바라봤다. 그저 택시기사로서 손님을 태웠을 뿐 시위와는 전혀 상관없는 만섭이 위험해진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어를 모르는 만섭은 음식은 역시 전라도가 맛있다며 식사중이었고, 좀 전에 받은 주먹밥을 더 먹고 싶다는 걸로 알아들으며 주먹밥을 권하기만 한다. 피터와 최 기자는 본격적으로 훌라송을 부르며 행진하는 광주 시민들의 모습을 촬영하기 시작하는데, 갑자기 폭발음이 들리고 뿌연 연기가 나기 시작하더니 공수부대 군인들이 시민들을 향해 최루탄을 살포하며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진압봉을 휘두르며 무자비한 폭행을 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주먹밥을 먹으며 밑을 내려다 보던 만섭은 생각지도 못한 참혹한 광경에 그만 얼어붙었고 재식은 내려가서 도우려 들었지만 만섭은 "학생이 내려간다고 뭐가 달라지느냐"며 험한꼴 당하기 싫으면 여기 있으라고 충고한다. 하지만 피터와 최 기자마저도 현장을 자세히 찍기위해 밑으로 내려가버리자 만섭은 할 수 없이 따라나선다.
최루탄 가스, 도망가는 군중들, 습격하는 공수부대원들. 만섭은 시위대의 비명, 최루탄 터지는 소리, 공수부대원들의 노성, 사람들이 얻어맞는 소리 등 어마어마한 소음과 가스로 희미해진 시야, 엄청난 자극을 맏은 끝에 오감마저 희미해지는 대혼란의 현장 속에 휘말린다. 정신없는 와중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카메라를 들이미는 피터의 어깨를 잡아세우고 찍더라도 조금 피해서 찍자고 하지만 피터는 당연히 요지부동이다. 군중들 사이에서 정신없이 도망치던 한 남자는 멍하니 서 있던 어떤 남자를 이끌고 같이 도망가자고 하지만 그 남자는 돌연 빨갱이 쌔끼라고 남자를 밭잡더니 폭력을 가했고 뒤에 있던 사람들에게 끌고가라고 소리친다. 그는 사복을 입고 일반 시민으로 위장한 보안사 사복조장이었다. 이어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땀을 닦던 사복조장의 눈에 카메라를 들고 뭔가를 열심히 찍어대는 피터가 눈에 들어왔고 단박에 외신기자임을 직감하고는 잡으라고 소리친다.
이에 잔뜩 겁에 질린 만섭은 피터에게 도망가라고 소리치다 뜻하지 않게 카메라 렌즈 후드를 부수고 말았고 피터는 잔뜩 화가나 역정을 낸다. 예상치 못한 난감에 만섭은 얼어붙었지만 짧은 영어로 해명하기에는 상황이 너무 급박했던지라 세 사람 모두 도망가는 길을 택했다. 간신히 택시를 세워둔 골목길에 온 세 사람. 그런데 아까부터 문제였던 택시가 말썽인지라 시동이 잘 걸리지 않았다. 그 와중에 머리를 산발하고 머리와 옆구리는 다쳤는지 피칠갑을 한 등 만신창이가 된 여성이 보닛에 부딪히는데 그 여성은 다름아닌, 아까 주먹밥을 줬던 사람이었고 만섭은 경악한다. 그녀는 이내 곧 사람들의 부축을 받아 피했으나, 방독면을 착용한 공수부대원 한 명이 시동 거는 소리를 듣고 만섭의 택시를 향해 쫓아온다. 급박한 순간에 천만다행으로 시동이 걸리고, 피터 일행은 다급히 도망친다.
고장 난 택시
어느덧 날이 어두워지고, 서울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이 다가온다. 만섭은 재식을 집까지 태워다 준다. "대학가요제에 나오면 응원하겠다"고 격려하며 서울로 출발하려는데, 하필 그때 택시가 완전히 멈춰버리고, 시동이 전혀 걸리지 않게 된다. 만섭은 보닛을 열어 상태를 확인하는데, 인적없는 거리 맞은편에서 차량 전조등 불빛이 나타난다. 군 차량인 줄 알고 만섭 일행은 잔뜩 긴장하지만 다행히 전조등의 정체는 어느 택시 한 대. 이어 두 사람이 내리는데 한 명은 병원에서 만섭을 어느 정도 변호해주던 개인 택시 기사 황태술이었고 다른 한 명은 만섭을 윽박지르던 또 다른 개인 택시 기사 신 씨였다. 만섭의 차가 고장이 나 것을 알게 된 태술과 신 기사는 병원에서의 태도와는 다르게 이미 정비소도 문을 닫아서 임시 정비를 위해서 고장이 난 만섭의 택시를 케이블로 연결하여 견인해 택시 차고지로 간다.
견인되던 중 만섭은 혼자 있을 딸이 생각나서 택시의 룸미러에 걸린 가족사진을 챠양 주머니에서 꺼내어 본다. 재식이 이를 보고, 분위기 환기 차 "아내 분과 딸아이가 예쁘다"며 칭찬한다. 피터에게도 재식이 사진을 보여주는데, 뒤자석에 앉은 피터가 사진을 자세히 보려고 당기는 순간 사진을 걸고있던 목걸이 줄이 끊어지고 만다. 고의가 아니었지만 만섭 역시 피터에게 감정이 상할 대로 상해 있었던지라, "노 터치 (No touch)"라며 신경질적으로 사진을 뺏어든다. 이후 다들 신일택시 차고지에 모였고 회사 기사들까지 합세해 점퍼 케이블로 시동을 걸어보려는 등 만섭의 택시 상태를 확인하다 배전기가 완전히 망가졌다는 걸 알게 된다. 이미 서울에서부터 60만 km라는 엄청난 킬로 수를 세운데다 장거리까지 뛰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태술이 "우리들 택시의 부품으로 바꿔주면 30분 정도는 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준다. 만섭은 밤 8시 10분 정도 되는 시계를 보며 금방 고칠 수 있는지 묻는다. 그리고는 집에 11살 밖에 안된 딸아이가 혼자 있어서 통금시간 전까지는 돌아가야 한다고 덧붙였지만 차를 손보던 기사는 수리하는데 한두 시간은 넘는데다 광주는 서울과는 달리 통금이 9시까지여서 지금 어딜 가려고 움직이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한다. 더군다나 시외전화까지 군인들에 의해 차단되어서 안부전화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서울에는 내일 가야한다고 말하자 만섭은 침울해진다.
피터는 만섭이 수리비가 필요해서 그런 거라고 오해해서 돈을 내미는데, 만섭은 "이런 생지옥이라는 걸 알고 있었는데 말도 안하고 나를 이용했냐"며 분노하고 이내 몸싸움을 벌인다. 만섭은 트렁크에 부딪혀 코피가 나고, 재식은 피터에게 "어린 딸이 혼자 기다리고 있다"며 만섭의 사정을 자초지종 설명한다. 그리고 그들은 할 수 없이 태술의 집에서 하룻밤 묵게 된다. 한편, 군부에서는 피터를 찾아내려 호시탐탐 기회를 보고 있었다. 사복조장은 계엄 사령관인 권영무 중령에게 피터에 대한 정보를 보고하고 서울 택시를 찾을 것을 지시한다.
잠깐의 휴식
이후 태술의 집인 동네 슈퍼로 장면이 바뀐다. 반찬 별로 없다면서 상다리가 부러지게 차려낸 식사를 만섭 일행이 대접받는다. 멋모르고 갓김치를 먹었다가 매워서 묵으려고 하는 피터의 모습이 인상적. 당황해서 영어도 아닌 독일어가 튀어나온다. 식사 중에, 피터에게 왜 기자가 되었는지 만섭 일행이 묻기도 한다.
왜곡된 기사
야심한 밤, 전남매일신문사 윤전실(인쇄실). 최 기자를 비롯한 몇몇 기자들이 모여 용기를 내어 진실을 보도하는 신문을 제작하고 있었다. 일행 중 한 명이 광주의 참상을 그대로 전하는 기사들이 만들어져 나오는 것을 보고 이제야 신문다운 신문이 나왔다며 뿌듯해한다. 하지만 최 기자는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이 신문이 나갔다가는 다시는 기자질을 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르니 지금이라도 무르자고 했지만 옆에 있던 후배가 선배만 기자냐면서 입을 막는다. 그때 온갖 기구로 막아둔 문밖에서 부수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문손잡이가 부서지고 부장을 비롯한 다른 직원들이 나타나 "이 기사 나가면 그날로 신문사 문 닫고 보안사에 끌려가는 것이여"라며 윤전실 전원을 내린 뒤 활판을 엎어버리고 기자들을 끌고 나가며 결국 신문제작을 좌절시키고 만다.
다시 태술의 집. 재식과 함께 창문을 이불로 덮으며 불빛을 막고 무슨 새로운 소식이 있을까 싶어 TV를 켜는 태술. 그러나 뉴스를 보던 만섭 일행은 앵커가 광주가 폭도들에게 점령되었다고 보도하는 장면을 보게 된다. 태술은 신경질을 내며 바로 텔레비전을 끈다. 엉터리 보도를 내보내는 뉴스 대신 대학가요제에 나가려 대학을 갔다던 재식의 무대를 보게 된다. 재식은 입기타를 치며 샌드페블즈의 나 어떡해를 불렀는데, 문제는 재식이 가수가 아닌 기타리스트여서 입기타 소리를 뺀 노래실력이 처참했다는 것. 오죽하면 만섭이 신곡이냐고 물을 정도. 무대가 끝난 뒤, 일행은 이런저런 잡담을 한다. 따지고 보면 엉터리 뉴스 피하다가 엉터리 노래까지 들은 셈.
불타는 광주 MBC
하지만 쉬던 와중에, 갑자기 바깥에서 총소리와 폭발음이 들려온다. 소리를 들은 그들은 2층에 올라간다. 태술은 "불길이 치솟는 위치가 방송국 근처"라며 안절부절못하는데, 이내 신 기사가 택시를 몰고 와 "시민들과 택시들이 방송국으로 몰려가고 있다"라는 소식을 전해준다. 일행은 1980년 5월 20일의 불타는 광주 MBC로 몰려간다. 태술은 불타는 건물을 망연히 바라보고, 피터가 만섭과 함께 조금 떨어진 곳에서 이를 촬영하는 중 멀리서 군용 트럭들이 연기를 뚫으며 지나간다. 그때, 지프차에 타고 있던 보안사 군인 한 명이 창 밖을 살피던 중 피터를 목격하고 무전을 보낸 후, 차 한 대의 문이 열리고 문제의 사복조장과 그 일행들이 내린다. 멀리서 이를 가장 먼저 눈치챈 재식은 곧바로 만섭과 피터에게 이를 알려 도망치고, 보안사 일당도 그들을 쫓기 시작한다. 세 사람은 어두운 골목 안으로 도망쳐 잘 따돌리나 싶었지만, 계단을 올라가다가 재식이 넘어져버리면서 피터의 필름통 하나를 떨어뜨린다. 통조림 같은 형태와 재질 때문에 깡통 굴러가는 소리가 크게 울려버려 세 사람은 얼어붙는다. 이윽고 재식이 두 사람에게 먼저 올라가라 하고 필름통을 줍지만, 그러다가 사복조장과 마주치고 만다. 소복조장이 피터의 행방을 추궁하자 "이미 갈라졌다"라고 둘러대지만 위에서 인기척이 나는 바람에 들키고, 거짓말임을 눈치챈 사복조장은 재식을 진압봉으로 가격하고 무릎을 꿇려 권총을 머리에 대고 재식을 인질로 삼는다.
사복조장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만섭과 피터가) 거기 있는 거 알고 있으며 지금까지 찍은 카메라와 필름만 돌려주면 세 사람 모두 무사히 돌려보내 주겠다고 하고, 재식이 죽을 것을 차마 볼 수 없었던 만 섭은 피터에게 일단 가람부터 살리자며 돌려주자고 한다. 그 사이 사복조장은 10을 세기 시작했고 9까지 센 순간 재식이 사복조장에게 "영어를 할 줄 아니까 외국인한테 나 좀 살려달라고 해보겠다"라고 말하며 잠시 시간을 끌었다. 사복조장은 숫자 세던 걸 멈추고 그러라고 한다. 이어 그는 영어로 "나는 괜찮으니, 꼭 진실을 세계에 알려달라!!"고 외친다. 이에 피터와 만섭은 눈물을 머금고 도망친다. 사복조장은 그들을 권총으로 맞추려 하나 재식이 이를 방해하고, 이내 총소리가 들린다. 피터와 만섭은 재식이 총에 맞은 줄 알고 놀라 굳어버리지만, "나는 괜찮으니 가라."라고 소리치는 재식의 목소리에 마지못해 다시 도망치기 시작한다. 이내 다수의 보안사 군인들이 피터와 만섭을 쫓는다.
계단 내리막에서 넘어져버린 만섭은 피터와 다른 방향으로 도주한다. 어느 정도 도망가서 한숨을 돌리던 만섭은 공수부대원들이 시민들의 옷을 벗긴 채 무자비한 폭행을 하며 강제로 군용 트럭에 태우는 것을 목격한다. 이내 만섭은 뒤에서 사복조장이 쫓아오는 것을 느끼고 도망치나 막다를 길에 몰려 결국 붙잡히고 만다. 사복조장에게 수차례 구타를 당하는 와중에도 만섭은 "저 빨갱이 아닙니다... 서울사람이예요..."라며 주소를 처절하게 읊는다. 서울특별시 성동구 화양동이라고 하지만 사복조장은 아랑곳 하지 않고 "돈 몇 푼에 나라를 팔아먹는 너 같은 새끼가 빨갱이"라면서 발길질을 하다가 이내 진압봉으로 만섭의 목을 조른다. 이순간 피터가 나타나 카메라로 사복조장의 뒷통수를 내려쳐 기절시키고 만섭을 구해주고, 둘은 천신만고 끝에 태술의 집으로 복귀한다.
떠나는 만섭, 그러나...
방안에 기대어 앉아 있는 피터와 뒤돌아서 누워있는 만섭. 둘 다 재식 걱정에 침통한 기색이다. 그때 만섭은 생각치도 못한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그는 과거 사우디에서 트럭운전수로 떼돈을 벌고 있었지만 아픈 아내의 병원비로 모두 날려버리고 말았다. 그때 아내한테서 "나는 가망이 없으니, 우리 은정이를 먹여 살리려면 택시라도 사라"는 부탁을 받는다. 만섭은 아내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지만 결국 부탁에 못이겨 택시를 산다. 이후 아내가 세상을 뜨고나서는 알코을 중독자가 되어 매일 술만 마셔댔지만 어느날, 아내의 옷을 끌어안고 우는 딸아이를 보면서 이제 딸에게 남은 건 자신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고 이후로 술을 끊었다는 것이다. 영어가 아닌 한국말이어서 피터는 무슨 말인지는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상황이 상황인만큼 잠자코 듣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날 새벽, 해도 뜨지 않은 시간에 만섭은 조용히 태술의 집을 나선다. 피터는 깨어 있었으나, 그런 만섭을 잡지 않는다. 차고지에 들어선 만섭은 임시로 수리된 자신의 택시를 찾아 시동을 걸고 출발하려는데, 태숭이 뛰어와 "서울 택시는 공수놈들이 보이는대로 잡아들인다"며 다른 택시에 붙어있던 전라남도 번호판을 주고 광주의 지도를 주며 빠져나갈 샛길을 알려준다. 또한 "피터가 택시비를 가져가라고 했다"며 돈을 챙겨준다. 만섭은 돌려주려 하지만 태술은 "택시가 손님을 태웠으면 택시비를 받는게 당연하다"며 한사코 쥐어준다. "미안하다"는 만섭에게 태술은 "나쁜 놈들은 저기 따로 있는데, 왜 댕신이 미안하냐??"면서 "여기 일은 여기 사람들이 알아서 할테니, 이제 걱정말고 올라가라"고 그를 배웅한다. 차고지를 나와 텅 빈 시내를 달리던 만섭은 지프타를 몰고 단체로 이동 중인 공수부대 무리들과 마주치지만 전남 번호판을 보고 그냥 지나쳤고 덕분에 무사히 광주 밖으로 빠져나간다.
냇가에는 아이들이 뛰어놀고 그늘에선 노인들이 쉬는 평화롭기 그지없는 풍경들을 지나치며 만섭은 전남 순천에 도착한다. 부처님 오신날 분위기에 들떠 있는 순천의 모습은 마치 광주에서 있었던 일들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너무나 평범한 일상의 풍경들이다. 순천 정비소에 차량 수리를 맡기고, 정비소 주인은 "수리하는데 시간이 좀 걸리니, 근처 부처님 오신 날 행사라도 구경하다가 오시라"고 한다. 하지만 그는 구경 대신 전화를 빌려 서울의 사글세집에 전화를 걸었다. 집주인 동수 역시 그가 말도 없이 외박을 한 것도 모자라 이제서야 통화를 하자 "왜 안들어 오냐"며 걱정하기 시작했고 그때 아내가 남편의 전화를 빼앗듯 낚아채더니 "은정이가 '아빠랑 부처님 오신 날에 놀러가기로 했다'면서 한참을 기다리다 잠들었다"고 타박을 했다. 이 말을 들은 만섭은 마음이 무거워진다.
만섭은 신발이 작아진 딸을 위해 차량을 수리하는 동안 재래시장에서 예쁜 운동화와 구두를 산다. 이후 국수집에 들어가 국수를 시켜먹는데, 광주 바깥의 사람들은 왜곡된 뉴스때문에 광주의 참상을 전혀 모르고 있음을 깨닫는다. 가게 주인과 손님 2명이 이야기를 나누는데, "광주가 영 심상치않다"는 얘기를 늘어놓다가 뉴스를 근거로 "서울에서 내려온 깡패와 빨갱이들 때문에 그런거"라고 말한다. 그나마 "설마 그럴 리가 있느냐"면서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던 주인 아주머니도 "뉴스에 다 나왔다"는 말에 꺼림칙해 하면서도 생각을 바꾸게 된다. 만섭도 근처에 있던 신문을 집어들어 보는데, 자신이 봤던 것과는 전혀 다른 완전히 왜곡된 이야기로 가득 차 있는 것만 보게 된다. 불편해하며 어서 먹고 나가려 국수를 폭풍흡입하는 맙섭에게 주인 아주머니가 서비스로 주먹밥을 주는데, 크기만 작을 뿐 광주에서 먹은 주먹밥과 똑같은 주먹밥이었다. 주먹밥을 클로즈업하는 연출이 백미.
만섭은 딸에게 줄 신발을 챙기고 수리가 끝난 택시에 올라탄다. 택시를 타려던 손님이 보이자 바로 나왔있던 미터기도 꺽는 등 서울로 가려는 생각에 제3 한강교를 부르지만,이내 피터와 광주에서의 참상을 떠올리고 마음 한 켠이 무거워지며 울음을 터드리고 만다. 서울로 가는 갈림길 위에서 한참을 울며 엄청난 갈등을 겼던 만섭은, 결국 마음을 굳게 먹고 운전대를 다시 돌린다. 만섭은 부랴부랴 아까 그 정비소로 다시 돌아가 딸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소풍은 다음에 가자며 이렇게 말했다
"아빠가... 손님을 두고 왔어..."라고 말한 뒤 만섭은 전화를 끊은 뒤 다시 광주로 향한다.
다시 광주로
영화 시점은 다시 광주로 전환된다. 전남도청 앞에서 시민들이 공수부대 병력과 대치하며 애국가를 부르고 있고, 권영무 중령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담배를 피우는 장면이 지나간다. 만섭은 태술의 집을 찾아갔지만 부인이 나오더니 병원에 갔다고 한다. 이어 만섭은 곧바로 병원르로 달려갔는데 어제보다 훨씬 분위기가 심각해진 병원은 피투성이가 된 채 물밀듯이 실려오는 부상자들, 죽어가는 중환자들, 주저앉아 오열하는 가족들로 난장판이었고 병실 이곳저곳을 둘러보던 만섭은 어느 방 한편에 절망한 얼굴로 주저앉아 있는 피터를 발견했다. 그곳은 정리되지 않은 관, 관도 없이 태극기로만 덮인 시신, 그 태극기도 없어서 흰 천으로만 덮은 시신, 관속에 눕혀진 시신을 앞에 두고 울부짖는 유족들로 아수라장이었다.
이어 어느 흰 천이 덮인 시체와 그 옆에서 오열하는 태술을 발견했고, 만섭은 떨리는 손으로 천을 들춘다. 그러자 나타난건 싸늘한 시신이 된 재식. 태술의 말을 들어보니 논두렁에서 시체로 발견됐는데 군인들이 끌고 가다가 죽어버리자 길가에 버려졌다는 것이었다. 만섭은 얘기를 듣고 시선을 돌리다 신발이 벗겨진 재식의 오른발을 보게 된다. 만섭은 재식의 오른발 근처에 떨어져 있는 신발을 신겨주고 일어선다. 그리고 병실 구석에 앉아 넋이 나간 피터에게 "이걸 찍어서 널리 알리는 게 당신 일 아니야"라고 격려하며 그가 언론인으로서 사명감으로 이곳에 왔음을 상기시키며 카메라 필름을 손에 쥐어 준다.
만섭의 격려에 피터가 울음을 삼키며 병원을 촬영하던 중, 광주 택시 기사들이 뛰어들어와 "금남로에서 공수부대가 애국가에 맞춰 시민들을 향해 사격을 가하고 있다."라고 외친다. "빨리 가서 도와야 한다"는 기사들의 말에 피터도 취재하러 가려다가 만섭에게 "당신은 이제 서울로 가라"라고 하는데, 만 섭은 "위 고 투게더. 아이 택시 드라이버, 유 택시 손님." 이라면서 "끝까지 같이 하겠다"고 말한다.
광주 대학살
금남로에 도착한 만섭과 피터. 그곳은 아비규한의 현장이었다. 거리 곳곳에는 군인들의 총격에 맞아 쓰러져 죽어가는 사람들과 그 쓰러진 사람을 붙잡고 통곡하는 사람들, 피격당한 부상자를 재빨리 실어가는 사람들로 널브러져 있었다. 이에 만섭은 충격에 휩싸인 표정을 하며 말없이 주변을 둘러보던 도중 금남로 도로에 나란히 서서 각을 잡고 있는 공수부대원들을 보게 되는데, 그전까지의 최루탄 살포와 몽둥이질 세례는 아무것도 아니었고, 이젠 아예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그저 눈에 띄는 모든 불특정 다수의 시민들에게 그냥 무차별적으로 M16을 난사하고 쓰러진 시민들을 구하려는 사람들마저 사격하며, 심지어는 백기를 들고 나오는 사람들에게도 총격을 가했다. 이걸 찍던 피터는 눈앞에서 벌어지는 풍경이 너무 참혹한 나머지 카메라를 내려놓고 눈물을 훔치고 만다.
총격에 맞아 쓰러져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태술은 동료 택시 기사들에게 일제히 택시로 발리게이크를 만들자는 제안을 하고, 만섭도 이에 동참한다. 택시들의 행렬이 금남로를 가로지르자, 광주 시민들은 환호성을 터뜨린다. 그러나 도중에 만섭의 바로 뒤에 있던 택시 기사 한 명이 피격되어 시민들이 먼저 만들어 두었던 버스 바리케이드를 들이받아 바리게이트 중앙이 뻥 뚫린다. 택시 기사들과 최 기자, 다른 시민 몇 명이 총격 속에서 부상자들을 구호하지만, 피격된 택시가 원래 차를 세울 곳이 아닌 엉뚱한 곳에 받는 바람에 생긴 공간 때문에 크게 움직이지는 못하고 택시 뒤로 부상자를 옮기는 정도의 제한적인 구조만 가능했다.
그 순간, 온갖 가구와 타이어를 덧붙인 시민군 소속 군용 트럭 한 대가 금남로 뒤쪽에서 바리케이드 쪽으로 전속력으로 달려왔다. 트럭의 운전사는 병원에서 보았던 막둥이 아들 홍용표. 그는 타고 오던 트럭으로 뚫렸던 빈틈을 막아 총탄이 들어올 곳을 더 줄인다. 이에 용기를 얻어 더 많은 시민들도 합류하고, 택시 기사들은 만섭의 차를 비롯한 망가지지 않은 택시들을 구급차 삼아 부상자를 호송한다. 그러나 곧이어 공수부대 군인들이 바리케이드의 틈새를 넘어서며 시민들에게 무차별 사격을 가한다. 상황이 악화되자, 옆에서 취재 및 구조를 돕던 최 기자가 "이 이상 머물면 광주를 벗어나는 게 불가능해질지도 모른다. 어서 떠나서, 염치없지만 대신해서 보도를 부탁한다."라고 말하며, 태술도 어서 올라가서 "저놈들의 거짓말을 싹 다 알리라고" 말한다. 이에 만섭과 피터는 광주를 벗어나려고 택시에 오른다. 피터가 탄 택시가 출발하는 것을 본 보안사 사복 군인들이 쫓아오지만, 다행히 간발의 차로 무사히 달아난다. 샛길로 향하던 중, 만섭은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지, 차량을 한 번 멈춰 세우고 최루탄이 자욱한 뒤쪽을 룸미러로 응시한다. 피터가 우리는 가야 한다면서 다시 택시가 출발하는데 위에 걸린, 언론은 정직해야 한다는 취지의 현수막이 보인다. 곧이어 택시를 놓친 사복 군인들이 관용 순찰자 4대를 몰고 피터를 뒤쫓으려 도로로 향하고, 사복조장은 광주 외곽으로 빠져나가는 모든 길을 검문소로 전부 막을 것을 무전으로 알린다.
기적
한편, 태술의 지도에 나온 샛길로 빠져나가기 위해 산으로 들어온 만섭과 피터 일행. 그러나 이미 샛길조차 군인들이 검문소와 바리케이드를 치고 막아서는 상황이었다. 결국 다른 길로 돌아서지만, 두 번째 산길에도 군인들이 검문소를 쳐놓고 있었다. 이에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에 처했으나 무슨 일이 있어도 피터를 김포공항까지 데려가야 한다고 굳게 다짐한 만섭은 정면돌파를 선택한다. 초병들은 전남 택시 번호판을 달고 있으면서 서울말을 쓰고 집주소를 못 대는 만 섭을 수상히 여겼고 욕을 섞어가며 윽박지르는 등 초반의 호남고속도로를 막아서던 군인들처럼 매우 무례했다. 이 와중에 피터가 아무것도 모르는 척 연기하며 끼어들자, 4년제 대학에 다니다 입대한 일병을 불러 통역하게 한다.
병장이 "외국인이라고 봐줄 줄 아느냐"며 총까지 겨누며 내리라고 윽박지르는 와중에 검문조장 박성학 중사는 고압적인 태도 이기는 해도 일단 존댓말로 피터와 만섭에게 하차를 요구하고 택시를 직접 수색한다. 중사는 트렁크 속에서 "외국인 손님의 부처님 오신 날 기념품"이라는 물건들을 들추다가, 결국 서울 택시 번호판과 카메라 가방을 발견한다. 소름 끼칠 정도의 정적이 흐르고 만섭과 피터는 이제 끝났구나 체념하는 얼굴로 다음 말을 기다리는데...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박 중사는 트렁크를 조용히 닫으며, 통과시키라는 명령을 내린다. 위에서 지시가 내려왔지 않냐며 주저하는 부하들에게 박 중사는 "기자도 아니고 서울 택시도 아닌데 뭐 어쩌게?"라고 말하며 다시 한번 그냥 보낼 것을 지시한다. 박 중사의 명령으로 부하들이 바리케이드를 여는 도중에 만 섭은 차에 시동을 걸었다. 그렇게 만섭과 피터가 무사히 검문소를 통과하는가 싶었지만 곧 무전이 오는 소리가 들렸고 만섭은 몰래 택시에 기어를 넣으며 바로 출발할 수 있도록 준비를 했다. 그 무전은 아니나 다를까 "외국인이 탄 택시를 발견하면 즉시 연락하라"는 보안사의 명령이었고 군인들은 재빨리 바리게이트를 다시 닫으려 한다. 만섭은 가속 페달을 꽉 밟아 문짝에 달라붙은 병사 한 명을 아슬아슬하게 뿌리치고, 군인들은 멀어져 가는 만 섭의 차를 향해 M1 카빈을 난사한다. 0310이라는 차량 번호를 무전으로 통신하는 군인들 속에서, 박 중사는 옆에 멀쩡히 놓인 기관총 포좌로 가거나 개인화기도 들지 않은 채 묘한 표정으로 택시를 응시한다.
이런 식으로 위기를 모면하는 장면은 영화에서 자주 나온 클리셰이지만, 이는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해서 만들어진 장면이라고 한다. 실제로 피터도 광주에서 돌아올 때 쿠키통에 광주 대학살의 실체가 담긴 필름을 숨겨서 가져가다가 군인에게 딱 걸렸는데, 그 군인이 결국 어떻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고 한다. 당시의 시대적 상황상 걸렸다면 당연히 곤욕을 치렀겠지만 누군지 안 알려진 채 잡히지 않고 그냥 넘어갔을지도 모른다.
도로에서의 사투
만섭의 택시는 총탄을 몇발을 맞았지만 그대로 도주한다. 한참 달리던 중 갑자기 들려오는 총성에 뒤를 보니 좀전에 출발하였던 보안사 사복 군인들의 각코란도 순찰차들이 무전을 받고 도착한 것이였다. 순찰차들이 만섭의 택시를 따라잡아 포위하던 찰나, 갈림길에서 태술이 택시를 타고와 만섭의 택시 앞에 가던 순찰차 한대를 밀어내 만섭을 빠져나가게 해 주고 곧이어 경적 소리와 함께 택시 3대가 더 난이하여 보안사 순찰자들의 길을 막으며 방해한다. 이에 사복조장은 밀어버리라고 지시하지만 그럼에도 택시들이 길을 비키지 않자 격노하며 발포명령을 내린다.
택시가 피격되는 와중에서도 광주 택시기사들이 만섭과 피터의 탈출을 돕던 중 류 기사의 택시가 타이어에 권총탄을 맞고 무력화되어 가드레일을 들이받은 뒤, 지나가던 순찰차에 들이 받혀 완파된다. 이를 본 신 기사가 갈 때까지 가보자며 택시로 순찰차를 들이받아 전복시켜 추격하던 보안사 일당의 순찰차 한 대를 줄이고 도로를 틀어막아 나머지 차량들을 지체시키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본인 역시 중상을 입은 채 일행에서 낙오되며, 보안사 일당은 넘어진 순찰차와 신 기사의 택시를 밀어내고 추격을 재개한다. 시간을 벌어준 틈을 타서 택시들은 거리를 벌리지만, 만섭의 택시와 부품을 바꾼 것으로 보이는 차 기사의 택시가 추격전 중반부터 엔진룸에서 연기가 나기 시작하더니 태술한테 미안하다며 결국 길 한복판에서 멈춰 버린다. 마지막으로 남은 태술은 만섭의 옆으로 가서 "조심해서 가쇼잉! 여긴 걱정하지 마시고!"라고 필사적으로 외친 뒤, 후진 기어를 넣고 가속 페달을 완전히 밟아 남은 차량들을 향해 전속력으로 부딪힌다.
이 장면에서 택시들의 등장과 사복 군인들 차량과의 사투는 복선도 거의 없었고, 등장할 명분도 이유도 없기에, 내용 전개상 뜬금없는 연출이라는 의견이 많다. 장훈 감독 또한 비슷한 이유로 이 장면을 꼭 찍어야 하는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한다. 작 중에 박성학 중사를 비롯한 여러 군인들이 중무장한 채로, 평소라면 차량이 지나다닐 거라고는 생각하기도 힘든 샛길들조차 철저히 봉쇄하고 감시하고 있는 상화이었다. 이런 삼엄한 감시망을 뚫고 광주 택시가 네다섯 대나 갑자기 나타나는 게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차라리 검문소 이전에 광주 시내에서 비슷한 추격전이 벌어졌다면 좀 더 현실성이 있었을 것이다. 감독도 이 장면을 두고 많은 고민을 했지만, "위르겐 힌츠페터가 광주의 참상을 알릴 수 있었던 데는 일반 광주 시민들의 희생도 있었기에, 이를 기리기 위해 해당 장면을 넣었다"라고 한다. 원래 영화는 극적인 느낌을 주기 위해 과장을 하기도 하고 허구적인 요소를 집어넣기도 하는 일이니 감독의 의도를 나무랄 수는 없지만, 이 장면에 아쉬움을 느끼는 관객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 외에도 만 섭의 택시에 군인들이 소총으로 총격을 가하는 장면에서도 플롯 아머가 좀 느껴진다. 바퀴에 쏘거나 뒷유리에 난사하면 무력화되는걸, 굳이 트렁크 부분에만 쏴 갈긴다. 차가 거의 30발에 가까이 피격되는데, 뒤유리엔 보안사 요원이 쏜 딱 1발만 맞는다.
서로 각자 갈 곳으로...
만섭과 피터는 김포공항을 향해 달린다. 석양이 지는 도로를 달리던 피터는 자신의 목걸이를 풀어 만섭의 가족사진을 다시 룸미러에 달아준다. 어느덧 든든한 친구가 된 둘은 잠시 서로를 응시한다. 공항 보안사에서는 피터의 출국을 감시하고 있는데, 전화로 "다음 날 10시 비행기를 30분 전에 예약했다"라고 하며 피터를 철저히 감시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피터는 공항 데스크에서 예약된 비행기를 취소하고, 지금 당장 일본으로 가는 비행기 1등석 표를 끊는다. 그 뒤 택시 안에서 만섭과 함께 과자 깡통 뚜껑을 열고, 안에 필름들을 놓은 뒤 그 위를 다시 과자로 덮고, 다른 과자 깡통 두 개를 위아래에 묶어 위장한다. 피터가 과자통들을 쌓아서 끈으로 고정시키고 리본을 묶는데, 만섭이 그 줄을 풀어 딸의 머리를 묶어 주었던 모양으로 다시 한번 묶어 주어 선물 상자로 위장시켜 준다. 피터는 만 섭에게 "일본에 가서 곧바로 보도만 하고, 다시 한국에 입국하여 찾아 택시 수리비를 청구해 줄 테니 이름과 연락처를 적어 달라"라고 수첩을 내민다. 만섭은 순간, 여러 생각을 하는 듯 복잡한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차 안에 놓인 바구니의 담배 갑을 보며 "담배를 안 사왔다"고 중얼거리다가 사복이라는 상호와 전화번호를 발견하고 '김사복'이라는 가짜 이름과 전화번호를 기입해서 건네준다. 피터는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 만섭을 안아주며 "당신은 좋은 사람이다 (You are a good man)"라고, 잘 해주었다고 한다. 만섭은 "다음에 한국 올 땐 한국어 좀 배워 오라"라고 농담을 건네며 훈훈하게 그를 배웅한다.
한편 서울에서 아빠가 집에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 은정은, 집 밖에서 한참을 서성인다. 이내 상구가 은정에게 과일로 약 올리면서 "너희 아버지 밀린 집값 때문에 도망간 거다"라고 놀려 댄다. 화가 난 은정이 상구를 때리고 상구가 맞받아 치려는 찰나에 상구의 엄마가 등장한다. 그런데 항상 자기 아이부터 싸고돌았을 평소와는 달리 아들에게 친구 좀 그만 괴롭히라고 나무란 뒤 은정을 달래서 같이 데리고 들어간다. 마지못해 들어가려는 은정의 뒤에서 총탄과 충돌에 의해 파손된 만섭의 택시가 돌아오고, 만섭은 딸을 꼭 안으며 눈물을 흘린다. 은정은 그런 아버지를 탓하지 않고 가만히 안아준다. 피터와 다른 외신 기자들은 일본 프레스센터에서 타게스샤우에 보낸 보도자료가 나가는 것을 확인한다. 몇 달 후 피터의 부탁을 받고 김사복이라는 택시기사를 수소문하던 이 기자는 한국에 들어 온 피터에게 그런 이름의 택시기사는 존재하지 않으며 김사복이란 이름도 진짜 이름이 아닌것 같다고 말해준다. 그리고 그를 위해서라도 찾는건 그만두라고 한다. 피터는 포기하고 싶지 않았지만 민주화운동 보도 때문에 감시가 붙은 상황. 여기에 만섭의 존재까지 알게 된다면 그들이 만섭에게 무슨 위해를 가할지도 모를 일이었기에 결국 김사복(만섭)을 찾는 걸 포기한다.
에필로그
세월이 흘러 23년 뒤인 2003년. 눈 내리는 겨울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한국을 다시 찾은 피터는 한국에서 송건호언론상을 수상한다.
"그날의 광주에서 만난 사람들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한 용감한 친구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그를 지금이라도 만나면 정말로 좋을 것 같습니다. 언젠가 그를 다시 만나게 될 날을 고대합니다."
한편, 만섭은 여전히 택시 기사로서 평범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세월이 세월인지라 택시 차종은 바뀌었지만 심성은 여전해서, 술을 마신 학생을 태워다 주고 돈이 부족하다는 말에 만원 만 받고 보내준다. 차에 타려다가 뒷자석에 학생이 두고 내린 공시책과 신문을 발견하고, 학생을 부르지만, 학생은 이미 사라져 있었다. 하는 수 없이 조수석에 물건을 놓고 다시 운전대를 잡으려는데, 그 순간 대학생 승객이 두고 간 신문에서 피터의 수상 소식이 실린 기사를 발견한다. 피터의 사진을 보며 "한 번 다시 보고 싶었던 친구였는데, 이렇게 보니 좋다"고 중얼거리는 만섭. 바뀐 택시에도 여전히 룸미러에는 피터의 목걸이와 가족사진이 걸려있다.
이내 새로 탄 손님이 광화문으로 가자고 하여, 만섭은 광화문으로 차를 몬다. 첫 화면에 나온 1980년대 남산 및 서울의 광경과 거의 같은 구도로 눈 내리는 도산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며 영화는 끝난다. 그리고 실제 위르겐 힌츠페터의 2015년 11월 인터뷰가 나온다. 김사복 씨를 그리워하며 "그의 택시를 타고, 같이 변화한 대한민국을 둘러보고 싶다"는 힌츠페터의 말과, 힌츠페터가 생전에 계속 김사복을 수소문했지만 끝내 그를 찾지 못한 채 2016년 1월에 세상을 떠났다는 자막과 함께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온다. 나중에 알려졌지만 김사복은 1984년에 세상을 떠나 영화와 달리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찾을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택시운전사> 2차 메인 예고편
네이버 영화 예고편 저장소
tv.naver.com
영화 <택시운전사>의 리뷰는 여기서 마무리할게요. :D
다시 봐도 감동인 영화 <택시운전사>, 여러분들도 꼭 한번 보시길 바라요. ^^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 영화 출연진, 정보, 줄거리와 리뷰, 평점 (0) | 2023.07.11 |
---|---|
<모가디슈> 영화 출연진, 정보, 줄거리와 리뷰, 평점 (0) | 2023.07.06 |
영화 <국제시장> 영화 출연진, 정보, 줄거리와 리뷰, 평점 (0) | 2023.06.28 |
<파친코> 출연진, 정보, 줄거리와 리뷰,평점 (0) | 2023.06.23 |
영화 <덕혜옹주> 영화 출연진, 정보, 줄거리와 리뷰, 평점 (0) | 2023.06.22 |